2023년 10월 책 리뷰
10월도 나름 부지런히 읽었다..4권 읽었으니, 주 한권씩 읽은 셈이군. 월말과 11월 초에는 바쁜일이 있어서 잘 못읽었는데..이제 또 다시 열시미 읽어야징
1.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10월의 첫 책으로 싯다르타를 읽었다. 헤르만 헤세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된 느낌.. 싯다르타를 읽고..불교 철학을 직접 경험해보고싶어서 난생처음 강원도 낙산사로 템플스테이도 다녀왔다 ㅎ 싯다르타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그의 깨달음을 한번이라도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
카말라, 만약 그대가 돌멩이 하나를 물 속에 던지면, 그 돌멩이는 곧장 그 물 아래 밑바닥에 가라앚게 되겠지요. 싯다르타가 하나의 목표, 하나의 계획을 세우면 바로 그렇게 되지요. 싯다르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아요. 그는 기다리고, 그는 사색하지 않은 채, 몸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마치 물 속을 뚫고 내려가는 그 돌멩이처럼, 세상 만사를 뚫고 헤쳐나가는 대로 놔두지요. 그의 목적이 그를 끌어 잡아당기지요. 왜냐하면, 그의 목적에 위배되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자기 영혼 속에 들여보내지 않기 때문이오. 이것이 바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이야, 바람에 나부껴 떨어지는 나뭇잎 같은 존재야. 그러나 얼마 안ㄷ 되는 숫자이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하늘에 있는 별 같은 존재로서, 고정불변의 궤도를 따라서 걸으며, 어떤 바람도 그들에게 다다르지는 못하지. 그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그들 나름의 법칙과 궤도를 지니고 있지.
-
내가 절망을 체험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모든 생각들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생각, 그러니까 자살할 생각 까지 품을 정도로 나락의 구렁텅이에 떨어지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은, 자비를 체험할 수 있기 위해서였으며, 다시 옴을 듣기 위해서였으며, 다시 올바로 잠을 자고 올바로 깨어날 수 있기 위해서였어. 내가 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안되엇던 것은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 위해서였어. 앞으로 나의 길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갈까? 그 길은 괴상하게 나 있을 테지, 어쩌면 그 길은 꼬불꼬불한 길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 길은 원형의 순환 도로일지도 모르지. 나고 싶은 대도 나 있으라지. 그 길이 어떻게 나 있든 상관없이 나는 그 길을 가야지.
-
이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순간만다 새롭다! 오, 과연 그 누가 이 사실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 사실을 이해할 수 있으리
-
지식은 전달 할 수 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다닐 수 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다. 진리란 오직 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는 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생각으로써 생각될 수 있고, 말로써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다 일면적이지. 모두다 일면적이며, 모두 다 반쪽에 불과하며, 모두다 전체성이나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있지.
2. 사나운 애착 - 비비언 고닉
이 책을 읽고나니 앞으로 그의 생각과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유년시절부터 결혼과 이혼의 과정들이 그의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를 중심으로 담겨있으며 그 속에는 그가 느낀 사소한 감정들이 자세하고 명확하게 적혀있다.
-
얘들아, 감정이 모든 걸 좌우한단다. 무엇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인생이 풍족할 수도 빈곤할 수도 있어. 감정을 고양시키면 큰 재산이 되기도 하고 그게 싹 사라져버리면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인생이 되기도 하는 거야.
-
한 때 가까웠던 사람 사이에 서로를 연민할 상상력도 없다는 것 자체가 나한텐 재난처럼 느껴져, 공포고 충격이야. 이 세상이 인간에 대한 배려나 정성을 품을 희망이라곤 없는 미개한 장소처럼 느껴져.
-
세상 어느 누가 자기 인생과 진정 화해한단 말인가.
-
아무리 깊게 느낀다고 해도 우리 사랑은 법이나 지도상의 영역을 만들지 못했다. 국경을 넘어 도달할 수 있는 나라가 없고, 닿을 수 있는 해안이 없고, 침투해 들어갈 본부도 없다. 우리는 미지의 비옥한 땅 한가운데, 거기에서도 아주 작은 내부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주변으로는 융통성이라고는 없는 안정성이라는 울타리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 사랑은 몇배로 강렬해질 수 있었을지 몰라도 특별한 모양을 빚어낼 수 있는 더 큰영역 안에서 확장되지는 못했다.
-
사랑이란 수동적인 감정이 이끄는 기능이며 만족스러운 확신보다는 이상에 의지한다. 사랑이란 우리가 태어났을 때의 원초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일이란 적극적이고 표현적인 삶의 기능이며 아무런 결과를 내지 않는다 해도 행동하는 자아가 존재했엇다는 사실만은 여전히 남는다. 상상했던 삶에 대한 접근을 부정당할 때 사람은 더 크고 깊게 사랑을 추구할 수 있다.
-
사실 단단한 땅과는 아주 먼 곳에, 난파된 배의 파편을 붙들고 바다에 둥둥 떠 있었다. 하지만 책상에는 앉았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들에 매달렸다. 썩 잘해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책상이 -사랑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결책은 아닐지언정- 잠재적 구원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
안정적인 관계는 언제 휘발될지 모른다. 어쩌면 끊임없는 변화, 유동적인 상태야말로 우리가 날마다 맞닥뜨리는 진실이 아닐까한다. 이 불안정성이야말로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요 인생의 신비와 약속을 관통하는 진리가 아닐까.
-
나는 우리 둘 사이의 거리를 흡족하게 엿본다. 약간의 공간이 나에게 이따금 찾아오는 일용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내가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날 것이라는 믿음.
3. 분노의포도 1권 - 존 스타인벡
-
우린 이미 과거야. 한순간의 분노,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일들, 그게 바로 우리라고. 이 땅, 이 붉은 땅이 우리야. 지금 까지 있었던 홍수, 흙먼지 바람, 가뭄이 다 우리야.
-
검은 비행기에서 나온 폭탄이 시장에 떨어질 때. 포로들이 돼지처럼 찔려 죽을 때, 짓뭉개진 시제들이 흙먼지 속에서 추악하게 말라 갈 때, 그것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런 식으로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발을 내딛지 않았다면,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갈 때의 고통이 그렇게 생생하지 않았다면, 폭탄도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목이 베여 죽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
폭격을 하던 사람들이 살아있는데도 폭탄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때를 두려워하라. 폭탄 하나하나는 정신이 죽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대지주들이 살아 있는데도 파업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때를 두려워하라. 패배로 끝난 파업 하나하나가 누군가 발을 내디뎠다는 증거니까. 여러분은 이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고통받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 때문에 죽으려 하지도 않는다면 그때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인간의 근간이므로, 이것이 이 우주에서 독특한 존재인 인간 자신이므로.
-
소유라는 것이 원래 사람을 ‘나’ 속에 고착시켜 ‘우리’로부터 영원히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4. 살고싶다는 농담 - 허지웅
-
결론에 사로잡혀 있으면 정말 중요한 것들이 사소해진다. 결론에 매달려 있으며 속과 결이 복잡한 현실을 억지로 단순하게 조작해서 자기 결론에 끼워 맞추게 된다. 세상은 원래 이러저러하다는 거창한 결론에 심취하면 전혀 그와 관계 없는 상황들을 마음대로 조각내어 이러절한 결론에 오려 붙인 뒤, 보아라 세상은 이러저러하다는 선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정작 소중한 것들을 하찮게 보게 만든다. 이와 같은 생각은 삶을 망친다.
-
여러분의 고통에 관해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건 기만이다. 고통이란 계량화되지 않고 비교할 수 없으며 천 명에게 천 가지의 천장과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살기로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죽지 못해 관성과 비탄으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 하라고 말이다. 만약 당신이 살기로 결정한다면, 천장과 바닥 사이의 삶을 감당하고 살아내기로 결정한다면, 더 이상 천장에 맺힌 피 해의식과 바닥에 깔린 현실이 전과 같은 무게로 당신을 짓누르거나 얼굴을 것이기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다. 적어도 전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다. 그 밤은 여지껏 많은 사람들을 삼켜왔다. 그러나 살기로 결정한 사람을 그 밤은 결코 집어삼킬 수 없다. 이건 나와 여러분 사이의 약속이다. 그러니까, 살아라.
-
요컨대 불행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규명해보겠다는 집착에는 아무런 요점도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저 또 다른 고통에 불과하다. 아니 어쩌면 삶의 가장 큰 고통일 것이 다. 그러한 집착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인과관계를 창조한다.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반추해서 기어이 자기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낸다. 내가 가해자일 가능성은 철저하게 제거한다. 나는 언제까지나 피해자여야만 한다는 생각은 기이하다.
-
네가 생각 하고 있는 그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벌어질 일이 벌어진 거다. 그러니까 괜찮다. 찾을 수 없는 원인을 찾아가며 무언가를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수습하고, 감당 하고, 다음 일을 하자. 그러면 다음에 불행과 마주했을 때 조 금은 더 수월하게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할 수 있다. 내일은 차를 수리해야겠다.
-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장 멋지고 빼어난 것들 덕분이아니라 언제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된 선행들 때문에 구원받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위버멘쉬란 단계가 아닌 태도에 붙여지는 이름이 아닐까 싶어졌다. 고통마저 긍정하고 사랑하며 운명을 바꾸어나가는 삶이란 단 한 번의 각성이 아닌 끊임없는 다짐과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불행이란 설국열차 머리칸의 악당들이 아니라 열차 밖에 늘 내리고 있는 눈과 같은 것이다. 치명적이지만 언제나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불행을 바라보는 이와 같은 태도는 낙심이나 자조, 수동적인 비관과 다르다. 오히려 삶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불행을 겪고 있는 사 람으로 하여금 상황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 해준다. 당장의 감정에 파묻혀 스스로를 영원한 피해자로 낙인찍는 대신 최소한의 공간적, 시간적 거리를 두고 사건 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
그래서 내 앞의 불행을 이기는 데 최소한의 공간적, 시간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능한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게는 그것이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라는 선언이었다. 당신에게 그건 다른 종류의 선언일 수 있고 어떤 표정일 수 있으며 특정한 여가 활동일 수도 있다. 아니면 말 그대로 달아오른 마음이 식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며 버티는 방식일 수도 있다. 자신에게만 통하는 객관화의 방법이, 사건과 나를 분리시켜주는 방아쇠가 반드시 있다. 여러분은 그걸 찾아야 한다.
-
과거는 변수일 뿐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저주 같은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삶을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불행을 다스린다면, 그리고 그걸 가능한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이 얼마든지 불행을 동기로 바꿀 수 있 다고 확신한다. 보다 단단하고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희망이 없다, 운이 없다, 는 식의 말 로 희망과 운을 하루하루 점치지 말라. 희망은 불행에 대한 반사작용과 같은 것이다. 불행이 있다면, 거기 반드시 희망도 함께 있다.부디 나보다 훨씬 따뜻하고 성숙한 방식으로 타인의 불행에 공감하며 함께 내일을 모색해나갈 수 있는 어른이 되길. 그리고 행복하길.
-
평가에 잠식되어서는 안된다. 평가와 스스로를 분리시켜야 한다. 마음에 평정심을 회복하고 객관성을 유지하자. 그것이 포스가 말하는 균형이다. 언젠가 반드시 여러분의 노력 을 알아보고 고맙다고 말할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끊임없이 가다듬고 정진하고 버틴다면 반드시 그날이 온다.
-
피해의식과 결별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로 결심하라는 것. 무엇보다 등 떠밀려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는 게 아닌 자기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고 당장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라는 것. 오직 그것만이 우리 삶에 균형과 평온을 가져올 것이다.